홍콩증시, 새해 수익률 1등…"아직도 싸다, 조정 시 매수"

입력 2023-01-15 17:33   수정 2023-01-1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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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던 홍콩 증시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다. 올 들어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최상위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저점 대비 50% 가까이 뛰었지만 아직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의 규제 그림자를 벗어난 빅테크,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누릴 소비재, 여행 관련 기업 등에 관심을 두라는 조언이다.

홍콩 증시, 열등생에서 우등생으로
올 들어(1월 1~12일) 홍콩 H지수는 9.05% 급등했다. 이달 들어 반등세를 보인 코스피지수(5.75%)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40%), 닛케이225지수(1.36%) 등 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 대비 월등한 성적표다. 미국 나스닥지수(5.11%), S&P500지수(3.74%)보다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홍콩 증시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2년 가까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약 60% 하락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 미국 중앙은행(Fed)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 탓에 짓눌렸다.

그러나 최근 홍콩 증시의 하락을 불렀던 원인들이 상승 근거로 전환되고 있다. 상승세의 가장 큰 기폭제는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중국의 방역 정책이다. 이달 들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정점이 지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과 관광 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은 홍콩은 중국과의 인적 교류가 중요한 국가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봉쇄로 인해 홍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리세션(경기 후퇴)을 경험했다”며 “중국의 본격적인 리오프닝 이후 어느 국가보다 강한 경기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화권 증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던 빅테크 규제 문제도 해소됐다. 홍콩 증시 하락세는 2020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당국은 대대적 규제를 통해 ‘빅테크 길들이기’에 나섰다. 앤트그룹의 기업공개는 무산됐고, 2021년 알리바바에는 182억위안(약 3조4000억원)의 반독점 과징금이 부과됐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홍콩 상장 빅테크 주가는 추락했다.

그러나 과도한 ‘제로 코로나’ 기조로 중국 경제가 얼어붙자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민영기업 살리기·디지털 경제 장려’를 천명하며 빅테크 규제 완화 신호를 보냈다. 지난 8일 마윈이 앤트그룹 의결권을 53.5%에서 6.2%로 축소한다는 결정까지 발표되면서 당국의 빅테크 규제도 일단락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표 직후 당국은 “알리바바와 긴밀한 접촉을 이어가며 지원을 약속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고점 기록 후 하락)’하면서 빅테크 주가를 짓눌러왔던 Fed의 강한 긴축 기조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호재다.
“상승 여력 남았다”
홍콩 H지수는 지난해 10월 저점 이후 약 48% 반등해 7300선까지 올라왔다. 매수하기엔 늦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상승 여력이 아직 남았다고 본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최선호 국가로 홍콩을 꼽았다. 올해 홍콩 예상 순이익 추정치를 올리며 상반기 H지수 예상 범위도 6050~8200으로 상향했다.

갖가지 호재로 상승 랠리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부담은 크지 않다. 현재보다 10% 더 올라 8000선에 안착해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1배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속도 조절에 들어가 조정이 올 때마다 매수할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알리바바 등 빅테크에 대한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관련 정부 정책이 ‘규제’에서 ‘육성’으로 급격히 바뀐 데다 리오프닝에 따른 소비 증가 수혜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알리바바 실적이 1분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배송 자체가 불가능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방역, 규제완화 효과를 감안하면 2024년 실적 기준 PER 11배 주가 수준은 아직 저평가 구간”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메이퇀, 트립닷컴 등을 단기 유망 종목으로 제시했다. 메이퇀은 음식 배달이나 호텔 예약, 구인·구직 관련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리오프닝이 본격화할수록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트립닷컴의 춘제 기간 여행 예약 건수는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춘제 해외여행 예약 건수도 전년 대비 약 5.4배 급증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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